오후 5시.
술집시계로는 아주 이른 시간이죠.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아침부터 맥주
마시던데 아무때면 어때요.
혼자인 저한테는 오히려 잘됐죠.
조용히 한 잔하고
소나기가 그치면 일어서지요.
혼자서 홀짝홀짝 마시는 술은
풍류입니다.
호젓이 마시고 편하게 취하고
조용히 깨는거죠.
그리고
저는 그걸 즐깁니다.
맥주 한 잔 시켜놓고 독일 술집 구경 좀 할까요?
바이쓰부어스트(삶은 소시지)에
호프브로이 오리지날 한 잔
주문했습니다.
같은 테이블이 옆자리지에서
맥주를 드시고 계시던 분이
안주 주문할 때 메뉴에서 찾아주고
먹는 방법도 가르쳐 주셨어요.
두 잔시켜 혼자서
건배하시며 마시고 계셨나봐요.
나중에 테이블이 채워질 때 쯤
비틀^^하시면서
자리를 뜨셨어요.
움직이지맛!
했는데도 사진 찍히는게 좋은지
계속 혼자 건배하면서
스윙스윙~
아직까지도 제 앞자리는 비어 있고
건너편에서 메뉴를 고르는
할아버지들.
눈이 마주칠때 마다
활짝 웃어 주십니다.
바이스부어스트에는 쁘리쩰 하나가
딸려 나옵니다.
맥주보다 안주가 더
맛납니다
안주는 별 기대를 안했는데.
다만 나오는는 모양이 좀 그싴~합니다.
식지말라고 단지에 뜨거운 물을 담아서
소시지를 내오는데
변기랑 모양이 틀리다고는
못하겠네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시끌거리기도 하고,
이제야 술집 분위기가 나네요.
우리의 호프집은-
테이블에 앉아서
일행끼리 마시다
취하고
목소리가 약간씩높아지고
술이 술을 부르고
취한 술이 2차, 3차를 부르고,
그런 분위기하고는
너무 다릅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잔찻집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곳.
어떤 누구라도 편히 받아 주는 곳.
오가며 마주쳐도
더이상 이곳에서는 남이 아닙니다.
혼자와서
여럿이 되는 곳.
좀 취하면 어떻습니까.
한참 어울리고 있는데
앞자리의 저아저씨가 우리 테이블에 맥주 한 잔씩
돌리셨어요.
8잔 이면 돈이 얼만데...
6.2 유로 짜리를.
그만큼 기분이 좋으셨던거죠
아주머니께 열쇠고리 하나를 드렸더니
어찌나 좋아시던지
아저씨께 보여드리면서
"저이가 이걸 줬어요~"
하시는 표정이
어린아이 같았어요.
계속 당케 ~
당케~
너무 작은 걸 드렸는데
민망할 정도로
좋아하십니다.
작은거 하나지만
우리서로 주고 받은건
술 한 잔과 작은 키 홀더가 아니고
마음이겠지요.
**
앞자리에 머물다 간
양반들.
이분들도 참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건배하자니까
술이 없데요.
제술을 조금 따라 주니까
아주 좋아하면서,
프로스트~
프로스트~
하네요.
음악소리에 태국여자 하나가
의자 위에서 춤을 추고
여럿이는 일어나서 마주 박수치고
이거야~ 얼마만에 신나 보는 건지.
어딘가에서 도끼자루가 썩어 나고
있는지도 모르죠.
화장실에서 태국를
만났 습니다.
한 남자만 사랑하고
한 남자 한테서만 사랑받을 수는없냐?
저도 그러고 싶데요.
자신이 밉기도 하데요.
이렇게 사는게 죽도록 싫다면서.
나이도 한참 어린데
이넘아 인생이 억울하지도 않냐.
우리 그렇게 살지 말자.
잠시 남의 인생에 끼어 들었습니다.
그애를 울리고 말았습니다.
저한테 파묻혀 우는 그여자한테
제가 해줄 수 있는건
감싸서 등을 토닥여 주는 것 밖에.
파르르 떨며 우는 그 작은 덩치.
눈 한 귀퉁이가 젖어듭니다.
**
5시에 와서 딱 한 잔만 하고
소나기만 피하면 일어서려고
했는데
11시가 넘었습니다.
메트로는 탈 생각도 못했고
택시를 잡았습니다.
젊은 택시기사한테
가진 동전을 다 꺼내 보이고
이 한도 내에서 중앙역까지 갈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한국말로.
영어로 고치려고 하는데,
"예"하고 대답하는 기사땜에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에서 1년을 살았답니다.
여기서 한국사람을 만나면
무지 반가운데
택시 손님으로 만난 한국인은 제가
처음이래요.
한국에서 사귄
가버린 그녀의 이름이 선희래요.
착할 선에 계집희는
아닐지 몰라도.
세상에 선희라는 이름은 많습니다.
저는 선희가 아니지만서도요.
배고플 땐 시장에가서
피자만한 파전 한장에 밥 한 공기 시켜서
혼자서 뚝딱 다 먹었데요.
중앙역에 와서도
더듬거리는 한국어로
한국이, 서울이 그립다고 합니다.
(이냥반 표현으로는 보고싶다~였어요.)
손에 쥐고 있던 동전들을 펴 보이니
딱 2유로만 꼬집어 갑니다.
뮌헨 택시 요금은 모르지만
아주아주 조금이다-는건 알 수
있었지요.
숙소로 갑니다.
어어~ 취한다.
저는 오늘
사람에 취했습니다.
잔이 쑥 내려 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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