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시티 외출에서 내 기분은
낮설지 않은 흐림이었다.
온 몸의 물기가 발바닥으로
쭉쭉 다 빠져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술집, 술집, 또 술집.
술집들이 나보고 뭐라하지도, 욕을 하는 것도 아닌데
대낮에 흥청거리는 끊임 없는 술 동네에
웬지 마음이 가볍지 않더라.
이 얄궂은 기분이 낮익다. 뭘까?
.우울.
눅진한 더위 아래서 내가 식은 맥주로 샤워하는 기분이랄까?
김빠져 식은 맥주는 오줌이다.
쎄븐일레븐에서 아주아주 차가운 맥주를 샀다.
그걸 마시면 이유없는 추집함이 가실 것 같은 핑계로.
센트럴 페스티벌 비치에 퍼질러 앉아 500 밀리 짜리 맥주를
긴 시간 동안 마셨다. 해가 빠지는 것 까지 봤다.
털고 일어나서 좀티엔으로 돌아 왔다.
그 후 다시는 파타야 쪽으로 나가질 않았다.
남은 일정 내내 좀티엔에 머물렀다.
40 밧 짜리 파라솔을 빌리면 종일 해변에서 놀 수 있다
수영하고, 책보고, 바다보며 생각하고, 가만 있어도 보고, 글도 쓰고.
겁나게 쏟아지는 비에 신이나서 바다에 뛰어 들어
미친여자 처럼 수영하다 보니 바닷 물에는 사람이 나 혼자더라.
좀티엔 해변은 바람과 파도가 참 순하다. 물은 따뜻하다.
사나운 내 성격을 차분히 내려 주더라.
그리고 친구도 데려다 줬다.
여행길에서 많은 친구를 만났지만 오스트리아 인은 처음이다.
비엔나에서 온 친구.
내가 좀티엔을 뜰때 배웅까지 해줬던.....
혼자 여행에서 지역이동을 할 때 누군가의 배웅을 받는 다는 것은
참 근사한 일이다. 방콕서 라오로 넘어 갈 때는 지영씨.
여기 좀티엔에서 방콕 가는 길은 큘러씨.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건만 너무나 그리운 얼굴, 두 얼굴.
그래 .
여행은 사람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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