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en] ... 초라한 입성*
**
자정을 넘기고도
40분을 더 보태고 나서
빈 서역을
빠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한인 민박들의 호객, 노숙자,
취객, 못알아 들을 소리들-이런
퍼레이드는 없었고
숙소로 가는 길에는 오직 나 하나.
그림자도 만들어 지지않는 컴컴한 밤길.
빈의 입성은 이렇게 초라했습니다.
여기다가 숙소찾는 길을 잃으면
나무로 만든 코트를 한 벌 사서
입어야겠지요.
눈치를 슬금슬금보는 체크인에
비몽사몽하는 민박집 사장님-
어쨌건 보금자리를 찾았습니다.
기차 안에서 얼굴씻고
발도 씻고 ,
민폐(민박폐?)를 안끼치려고
양치까지 하고 왔기에
껌껌한 객실 한 귀퉁이를
차지합니다.
킬킬킬~
웃음이 납니다.
여기가 어디던가.
내일 잠에서 깨어나면
아무 기억도 못하는 바보가 되어버린
자신을 맞이하게 되는건 아닌지.
스르륵~
******
나는 안먹고 싶은데 자꾸자꾸
술을먹으래요.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요술단지처럼 생긴
술병에 담긴 호박색 맑그레한 술을.
두 남정네가 한 잔 씩
저한테 권합니다.
거절하는 제 손짓이
구름같습니다.
싫은데, 싫은데.....
""이넘들아
어쩌자고 자꾸 술을 주냐...""
나를 향해 금이슬을
분무하던 두 남자의 얼굴이 또렷해 집니다.
원빈, 현빈이었습니다.
벌떡 일어났습니다.
아~ 꿈.
생체 알람이 울렸던거죠.
아침 6시네요.
여기는 빈~입니다.
샤워하고 들어오니 룸메이트들이
하나씩
일어납니다.
늦게 들어온 죄가 있으니
이야기로 만회를 해봅니다.
뮌헨, 맥주집.
이딸리아 남자.
그리고 어디어디가 좋았다......고
그 아가씨들은
저하고는 일정이 반대라서
독일에는 아직 안갔던거죠.
자던 아가씨들도 벌떡 일어나
이야기를 듣습니다.
설설설 푸는데
젊은 아줌마 하나가 태클을 겁니다.
이ㅣ유도 뚜렸하지 않으면서......저를 막 몰아세우는데
무섭소!!!
남의 얘기 제대로 듣도 않고
몰아세우는 센스가 대단합니다.
제가 윗녘에 와서 살면서
이런걸 많이 당했죠.
다시 해명해도 못알아듣고,
남을 몰아세우려면 입만큼
머리회전도 좀 빠를 것이지.
나이 많은 아줌마가 한 인기하니까
슬슬 배가 아픈겨?
이바구를 듣던 아가씨들이
저의 다음 일정을 묻습니다.
스위스다~
자기네들은 체코에 간다고 하네요.
일정만 맞으면 저를 따라 같이 다니고잡대요.
(그래.
일정만 맞으면 나는
혹을 몇개나 다는겨?
이 아줌니 재미적다.
느그들끼리 재미나게
잘다니거라)
마음속으로 야박스런 멘트를
날렸지만
저녁때 먹을 걸 좀 사다
안겨 줬어요.
환갑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에
석달이 넘는 배낭여행을 오신 아주머니 룸메이트.
더구나 고3 아이를 두고서는
누가 떠밀어서 왔겠습니까?
스스로 오신 그분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아줌니 화이팅!!!
룸메이트들과
이런저런 정보교환을 하고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남자식모(?)가 차려준 아침상을 받고
빈 일주를 시작합니다.
*
시청사에서 궁정극장, 빈 대학,
votivkirehe까지 가겠습니다.
위풍당당하면서 권위적인,
궁전같은 관공서입니다.
시청사 내부를 좀 보고싶었는데
입장을 허락하지 않았어요.
때가 아니라서 광장쪽도 심심했어요.
시청 근처에는 공원이 많아서
쉬어가기 좋아요.
토실토실하게 웃는 아이들 모습이
꼭 햇빛을 잔뜩받은 오월의 팬지 꽃을
닮았습니다.
빈 대학에 왔습니다.
이날은 이번 여행에서 두번쩨로
날씨가 좋았습니다.
외국의 젊은이들이 공부하는 모습과
그들의 패션도 엿보고
강의실도 구경하고 싶었습니다
빈 대학에 왔습니다.
이날은 이번 여행에서 두번쩨로
날씨가 좋았습니다.
외국의 젊은이들이 공부하는 모습과
그들의 패션도 엿보고
강의실도 구경하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이 가는 곳이라면
강의실이겠죠.
따라 갔어요.
잘은 모르겠지만
오래된 건물의 원형은 살려두고 최대한의
시설 보수를 했구나하는 느낌을 줬습니다.
도서관이네요.
숨소리 죽이고 공부하는 이들이
너무 부러운 이유는
사는게 너무 고단해서 일까요?
공부가 왜 쉬울까요?
가만 앉아서 머리만 쓰면 되잖아요.
헛소리 말고 조용히 물러나겠습니다.
학교가 아니라 곧 무도회가 열릴것 같은
궁전모습입니다.
이런 건축물을 보면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절충식아니면
무엇이다라는걸
금방 알아 내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저는 봐도 모르겠습니다.
학교에 왔으니 학교밥 먹으려고
여길 갔었는데
디저트 케잌과 말라 빠진 샌드위치
몇개가 전부였어요.
선택을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나와버렸네요.
복도의 바닥입니다.
문양들이 차분하고 깔끔하네요.
마침 검색할게 있었는데
공짜 컴퓨터 쓰게 생겼습니다.
OTL. 독일어다.
자판을 못읽겠습니다
어릴 적
계단식 강의실에서
신발 한 짝 벗고 나쁜자세로
강의 듣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강의 끝나고 발끝으로
더듬더듬 신발 찾던 추억.
학교구경 마치고
성 슈테판 성당까지 걸어 가길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무모한 짓이라는 걸 지도에서
알아내고는 메트로를 찾으러 가야 했지요.
가는 길에 쇼핑도하고
거리 구경도 하고 재미나게 다녔습니다.
구경하며 가는 길에 집중하다가,
잘된 일이지만
구왕궁까지 가버렸네요.
구시가는 1번, 2번 트램으로 다니면
볼거리가 있는 곳을 다 거쳐 순환하는데
무슨마음으로 지하철만 고집했는지 모르겠어요.
맨 나중에 드라이브 삼아 한 번
탔었는데 알짜배기 노선입니다.
저는 1번 트램만 탔었는데
시계방향으로 운행했는데
2번 트램은 그 반대라고 합니다
이 거리가 시작되는 곳에서 부터
걸었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살것 같습니다.
빈의 먹구름은 생각도 하기
싫었거든요.
빈과 화사한 날씨가
만들어 내는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노년의 여유로움이 보이네요.
여유로움은 행복을 가져다 주겠지요?
유난히 예뻤던 노천 카페.
깨끗이 닦아서 걸어 놓은 유리잔,
할아버지의 기품있는 손놀림이
거리장사라고 아무렇게나 하는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합니다.
나는 아줌마요~라고
표시 냅니다.
살림에는 항상 눈이 먼저 가는걸
어찌합니까.
가지고 싶은 마음보다는
디자인을 보려고 해요.
독일보다 물가가 많이 쌉니다.
독일에서 2유로 주고 샀던 콜라가
반값도 안합니다.
사과,
유럽에서 본것 중에서는 제일
굵은게 5개 담아도 1유로가 안됩니다.
물가 체크를 하다보니
착한 가격에 반해서 다음일정을
조금만 돌려서 빈에 더 머무르고 싶은
유혹이 잠깐 머물렀다 갑니다.
어느 영화에서
여배우가 장갑을 주문하는 걸 봤는데
이런 곳이었군요.
내부에 장갑을 보관하는 서랍이
벽 하나에 가지런했어요.
장갑 디자인에 눈이 활짝 열렸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많고도 많지만
이런일 까지 하는구나!
이런 곳 두 집을 봤었는데
한 집에만 들어가봤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디자인한다고 들었습니다.
빈의 거리를 한참 걷다보니
발을 헛디뎌서
어느 낭떠러지로 뚝 떨어져
몇백년 전의
세상에 온듯한 착각이 듭니다.
이렇게 소중한 곳에서
놓치고 온게 너무 많은게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