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카, Nostalgia...
첨단의 문화를 자랑하는 세계의 도시 도쿄가
잊혀져 가는 과거의 모습을 잘지키고 있는 곳,
야나카.
절, 신사, 묘지에 세월까지 묻혀 만들어진 이 동네는
사람과 귀신이, 마을과 묘지가 조화를 이룬 공간이지만
을시년스럽 거나 괴기스러운 분위기 보다는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든다.
귀신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에 사람들이 오종종 거리며 사는
모습이 노스텔지어를 만들어내는 야.나.카.
낮은 지대에 있는 시의 구역, 상인이나 장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
서민의 동네 下町(시타마치), 시장과 상점이 조성되어 과거의 일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야나카야 말로 도쿄 여행의 진수다.
이곳은 랜드마크를 찾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야나카는
코스를 정하지 않고 골목골목을 돌아다는 게 제격이다.
케이세이 역의 I에서 필담으로 안내를 받아 온건 아무짝
쓸모가 없다.
여기도 표연히 방황하는게 딱이다.
재재발이 잡아먹을 듯 위협하고 있는 이곳은
작고 오래됐지만 서글프지 않고 예쁘다.
긴긴 세월이 만들어 내는 낡은 정취.
한 손엔 멘츠카츠, 다른 손엔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땡볕아래서 씩씩했던 그때가 그립다.
어제는 긴자와 롯본기.
오늘은 야나카,
하루 새
세기를 넘나드는 여행을 했다.
‘메구린’버스 일일권을 300엔에 사서 케이세이 우에노 역 앞에서
막 도착한 버스를 얼씨구나 좋다며 냉큼 탔더니
서른개가 넘는 정류장을 둘러 간다는 걸 우에노를 벗어나서야 알게
되었다. 진득히 앉아 있다가 갓파바시에서 하차하여
주방도구 구경하느라 엄청남 시간을 보내고 야나카에 배당된 시간은
1시간 반 가량.
예정 했던 장소들을 찾아다니며 여유를 즐기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시간으로 차라리 잘잘한 상점들을 거리낌 없이 다니는 게 현명 하겠다는
생각에 ‘아무 곳이나’ 라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정류장에 내렸다.
.
.
.
.
.
발길이 가는대로 내버려 두면
야나카 긴자 스트리트에 이르게 된다.
거리 입구에서 훈도시를 차고 검은 앞니 두 개가
치아의 전부인 할아범에게 입장료를 내면 백 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준다. 표연히 다니다 보면 10 엔짜리 만주를 파는 가게,
낮은 처마와 드러럭 도르레 달린 문의
돈까스 집이 날 백년 후의 세계에서 내가 온 줄 알아차리는 듯하다.
간간이 놓인 100엔 자판기나, 구제가게의 돌체엔가바나 티셔츠가
에러~겠지만. (이것들이 내 거짓말에 도움을 안주네...ㅎㅎ)
정신줄 놓고 다니면 닛뽀리 역과 만난다.
시간여행 끝.
거짓말도 끝.
여행이 끝났다고
공항으로 가라고 들볶는 닛뽀리 역을
얄밉게 홀겨주고 ...걷는다.
가는 길 역시 대강 발자국 찍다 보면 메구린 정류소나
우에노 공원이다.
ONCE UPON A TIME.......
일곱살 ...술래가 되어 야나카 나미세의 전봇대에 햇살을 등지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
다섯 번을 세고
뒤돌아 봤더니.......
친구들은 다 어디에 숨고
나는 나이든 아줌마인 채로
야나카 거리에 나홀로 뚝 떨어져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