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 FRANCE

쓴맛을 보며 빠리 입성.*

cresson 2016. 12. 22. 10:29

7시 30 분.
카페 라떼 향기가 입 안에서 채 가시기도 전에
첫차인 빠리 행 TGV가 출발합니다.
 

   

옆 자리의 프랑스 남자는 망아지 만한
개를 끌고 왔습니다.
 

개는 기차여행에 익숙한지
기차에 오르자 곧 시트 아래로 꼬리를 내리고
쭈그려 앉습니다.털이 북실북실한 긴 꼬리가
제 쪽으로 넘어오는 지라 개주인은 제게
연신 미안해 하길래
"괘안타.
니개 남자니,여자니?" 물으니
숫캐래요.
긴 대화는 어렵겠고 그냥
"니개 참 좋다"고 하니 개주인 남자는 너무 좋아합니다.
^--------^  이렇게 되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주인보다 개가 더 잘생겼더라고요.
 

   

   

정거장마다 개를 데리고 짧은 거리를 함께 뛰어 주던데
개들에게는 폐소 스트레스가 있나요?

 

TGV도 연착을 합니다.
마르셰유까지 가는데 가다 서다를 반복하더니
빠리에 1시간 30분을 넘겨서 내려 줍니다.
 

   

빠리 리용 역.
하늘 조차 신경질인 날씨 때문에
다시 니스나 스위스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푸르름을 잃은 빠리의 날씨.
그 쓴맛을 좀 보실래요?
 

   

쉽지않게 도착한 빠리.
예약한 숙소인 한인민박집을 찾아갔지요.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상점가 2층의 민박집에
가서 벨을 누르니 아무 반응이 없네요.
그냥 길에서 한 시간을 기다리다가
 대책없이 시청 쪽으로 갔지요.
 

   


전화방을 찾아서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습니다.
 

마침 근처가 싼 호텔이 밀집된 지역이라
또다시 "빈 방있수?"를 외치며 다녔지만
눈물겨운 숙소 구하기는 막을 내리지 않습니다.
가는 곳 마다
빠리는 아주 바쁘다. 숙소 구하기 어려워.
하루 60 유로에 오늘 하루만 빈방있어.
-라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들과  함께
다른 숙소에 연락해본답시고 한 통화에 50센트로
쳐서 솔솔치 않은 유로를 뜯겼네요.
빠리에 괞히 왔어.
이럴줄 알았으면 빠리에서
노숙할 만한 곳을 좀 알아 오는건데.
 

ㅠㅠ 

  


무작정 샤틀레 역까지 걸어왔더니
인터넷 카페가 있네요.
한글은 읽기 밖에 되지 않아
카페 게시판 검색에 복사해 넣기로
빠리의 민박집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몇 곳을 통화하느라
가진 동전을 다 소진하고 나서
다행히 숙소가 잡혔습니다.
 

  

이쯤 되니까
꿈에도 오고싶었던 빠리가
막 싫어집니다.
낼 모레가 유월인데
턱끝이 달달거리는 추위는 또
뭔지.
돈도 딸랑 100 유로 남았고.
얼른 베트남의 뜨거운 거리로 가서
부자로 살고픈 생각만 들었습니다.
(결국엔 물거품이 되고 말았지만.)
 

   

   

차이나 타운에 있는 만박집에 도착했을 때는
장장 4시간을 까먹은 후였고
음산한 날씨 꼬라지를 보니
여행이고 뭐고 걷어 치우고
훌러덩 드러 눕고만 싶었습니다.
 

민박집에서 뜨신 죽 한 그릇 얻어 먹고
나섭니다. 일이 이만큼 꼬인 마당에 스케쥴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냥 발길 닿는대로 가는거지요.
 

   

   

   

Opera.
광장에서 산발을 날리며
한참동안 여행객들을 구경합니다.
오고가는 여행자들 하나하나를 보니
참 열심히 구경합니다.
볼거라고는 오페라 껍데기랑 광장을 싼
구건물들인데.
 

   

   

명품 아케이드 쇼윈도우 너머로
근사한 물건들을 구경하니
이제서야 기분이 조금 풀립니다.
빠리는 잘못한게 없지.
다 내탓인게야.
 

마들렌 사원까지 삥 둘러 빠리의 거리를
활보합니다.
 

   

   

TGV. 

못타보는 줄 알았는데 

밤차 놓치고 타게 됐네요. 

   

 

 

 

 

 

메트로에서 쓕~ 나오면 

바로 오페라네요.

 

 

은행건물입니다. 

그나저나 cd기가 돈을 뱉어내질  

않습니다. 홍콩은행, 지금은 이름도 기억 못하는 

그 은행도. 

 

 

 

 

 

 

 

지금부터는 인상도 슬슬  

펴집니다. 

꼬여버린 지난일 갖고 

찡그리고 다니면 뭐하나요. 

   

즐겁게 다녀야죠. 

 

 

 

 

 

사악할 만큼 비싼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상점이 많지요. 

   

조그만 귀걸이 한 쌍을 보니 

.....저거 하느니 유럽 한 번 더오겠다..... 

는 생각이 앞서네요. 

   

 

다들 뜨시게 입었는데 

나 혼자 얄팍한 가디건입고 

불쌍한 모습으로 다녔네요. 

   

 

 

 

 

 

재미나게 장식된 이 식당은 

나중에 항공권 리컨펌할 때  

랜드 마크가 되어 주었어요. 

   

 

 

 

마들렌 사원으로 가는 길입니다. 

   

 

 

거구의  마들렌 사원이 빠리의 

하늘아래 버티고 있습니다. 

   

 

 

 

 

 

거구의  마들렌 사원이 빠리의 

하늘아래 버티고 있습니다

 

 

 

 

 

 

 

 

이제는 써머타임에 약간 

길들여 졌습니다. 

훤해도 아홉시가 가까워진 시간입니다. 

   

 

 

 

영화에서 보던 빠리. 

이곳에 오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