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살살 흘리며...하노이*
풀쩍.
유럽여행을 마치고 벌써 베트남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른 7시
하노이의 아침은 뿌연 안개와 후덥지근하게
무거운 대기가
기습을 합니다. 빠리에서 워낙 춥게 살았기에
얼마나 반가운 더위인지 모릅니다.
남겨온 60유를 환전했는데 120만 동에 가까운 거금을 안겨 줍니다.
다시 부자가 되었습니다. 가난했던 유럽살이, 베트남에서 잘살다 가렵니다.
공항택시와 12만동에 흥정을 원하는 미니버스를 딱잘라 거절하고
길건너 버스 정류장으로 갔습니다. 버스비는 5000동.
공항 환율이 1$=16000동 이었으니 가격을 짐작하겠죠?
마침 영어를 하는 베트남 아가씨를 만나 내가 가고싶은 곳을
지도에서 찾아주니 7번 버스를 타라고 알려준다.
(7번 버스는 호안끼엠 호수로 갑니다.)
버스 좌석을 한 차지하고 앉아 있으니 갑자기 출근하는 사람들로
차 안은 북새통이네요.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가 내려야 할 곳을
가르쳐줄 만큼 말이 통하는 사람은 한 면도 없었습니다.
버스는 한 시간을 가깝게 달려 호수를 지나고, 조금 더 조금만 더 하고 가다보니
종점에 덜컥 서버립니다.
유럽에서는 지금이 잘 시간인데, 캐리어를 덜덜 끓고 길 한복판에 있어야
하다니, 비몽사몽입니다. 시차에 적응이 안되고 있었던 거죠.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 아래로 내닿는 눈꺼풀도 이젠 제것이 아닙니다.
우선 눈에 띄는 좌판에 털썩 퍼질러 앉아봅니다.
“아이스 커피”라는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없네요.
겨우 소통하여 받아낸 아이스 커피가
새카만 물에 주먹만한 얼음이 한 덩어리 든,
마셔보진 않았지만 사극에서 봤던 “사약”입니다.
또다시, 대화아닌 다른 커뮤니케이션으로
물과 얼음을 더 얻어내어
내가 원하던 아이스 커피를 마시게 되었어요.
포~가 거리라는 뜻도 있군요.
라임 쥬스를 파는 할머니.
할머니하고 사진도 찍고 노닥노닥.
“넉창”이라고 하는데
베트남 발음이 너무 어려워요.
할머니는 계속 발음을 가르쳐 주시고
저는 제대로 못따르고
옆에 있던 사진사 아줌마는 계속 웃어대고.
저는 끝내 우리식 발음으로 넉창,늑창이라고 밖에
말하지 못합니다.
화룡관 뒷길로 나있는 재래시장.
삶은 쌀국수를 파는 가게,
닭 한 마리에서 나온 듯한 내장과 선지를 파는 집,
조그만 바구니에 놓고 팔기에는 물량이 턱없이
작아 보이는 과일 행상,
정육점대신 노점 곳곳에서 조금씩 잘라서
파는 고깃집들.
처음 보는 채소들과 우리 것이랑 똑같은 채소들.
독똑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꼭 같진 않지만 내 머릿속 한 편에 묻어둔
그 먼날의 모습입니다.
더욱더 신나는 것은 노점 식당에서
펄펄 끓는 육수에 말아낸 쌀국수에 고명을 듬뿍 올려서
후루룩 한 그릇씩 비워내는데
없는 식욕도 끓어내는 분위기에
저도 자리하나를 차지하고
앉습니다.
바닥은 질퍽하고
퀴퀴한 냄새조차도 이곳 분위기와 어우러져
말 그대로 아수라장인 진짜 시장입니다.
제목이 왜 땀 살살~이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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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제가
답변은 아시아 박사 조용철 님 께서 해주셨습니다.